기부자 예우
Building Excellence Together
KAIST 사랑과 봉사를 실천하다
청량리역 3번 출구 앞 미주 아파트로 통하는 길목은 행인들의 왕래가 늦 은 밤까지 이어진다. 수년간 이 길을 지나는 KAIST 경영대학 이재규 교 수의 눈에 유독 껌을 파는 할머니가 눈에 띄었다. 이가 거의 빠지고 일흔 중반쯤 되어 보이는, 표정이 아주 맑은 할머니다. 수많은 종류의 물품을 파는 노점상인들 중에 이 할머니는 손님에게 신경을 그다지 쓰지 않는 듯 보인다. 박카스 상자를 앞에 내 놓았으니 구걸에 더 가까울 수 있겠으 나 가끔 천원을 상자에 넣으면 반드시 껌을 받아가라고 보따리에서 주섬 주섬 잘 포장된 ‘자**톨’ 껌을 꺼내 주는 것으로 본인의 생계를 책임지는 경제활동에 더 가깝지 않은가 생각해 본다. 껌은 필요 없다 했더니 일어 서서 따라오며 받아 가란다. 할머니는 따라 오며 “감사합니다. 감사합니 다. 복 많~이 받으세요.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크게 외친다.
어느 날 부터인가, 할머니는 안대를 하고 있다. 눈병이 난 것이라 생각했 으나 안대를 계속 하고 계시는 것을 보니 시력을 상실한 모양이다. 저 할 머니는 누구의 딸일까? 그 어머니가 저 딸을 보면 얼마나 마음이 아플 까? 저 할머니도 어린아이 시절 엄아 품에 안겼겠지.
청량리 역에도 겨울이 찾아 왔다. 할머니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껌을 팔 고 계셨고, 그 사이 청력도 심각하게 훼손되었다는 사실과 홍릉시장 반 지하층 쪽방에서 홀로 힘겹게 살아가고 계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청량리 지역 복지사를 통해 할머니의 뇌혈관종이 시신경을 압박하여 진 행되고 있는 시력 상실의 문제는 뇌출혈의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어 신 속히 수술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상황을 알게 되었다. 쪽방 안에 놓여 있는 전기밥솥 한대, 그리고 싱크대 하나, 이불 외에 어떤 살림살이도 사 치로 여기고 살아가는 이 할머니의 생활에 뇌수술이라니. 추위에 병환이 더 악화되지 않을까 많은 걱정이 앞섰지만, 모진 풍상에 충분히 거칠어 졌거나 삶에 대한 의욕을 상실했을 법한 할머니는 반듯한 생각을 간직하 고 계셨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였던가. 스스로의 수술비를 한 푼, 두 푼 모아 오셨다는 할머니에게 KAIST 가족들은 할머니의 수술을 후원 해 드리자며 매년 자선 바자ㆍ경매 행사를 통해 조성하는 이웃돕기 기금 으로 청량리 지역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도울 수 있지 않을까에 생 각이 이르렀다. 이웃사랑 기금을 선뜻 내 놓았고, 이런 온정은 할머니의 수술을 주관한 성바오로 병원에서도 수술비를 대폭 지원하게 되는 계기 가 되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수술 후 할머니의 병원을 방문한 사회적 기업가 MBA 1년차 이상진씨는 “아직은 내 삶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진정한 가치를 찾고, 그 꿈을 디자인 해 가고 있는 중이지만, 지식을 넘은 가치 를 창출해 가는 KAIST에서 공부하는 과정이 이 사회를 폭 넓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할머니의 이빨 없는 미소는 생각 보다 아름답고, 투박한 손은 의외로 부드럽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더 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이런 관심과 실천이 경영학도로서 사회적 책임을 실질적으로 발견해 가는 초석이 되었다.”고 고백하였고, KAIST 봉사”왕”으로 불리는 차승현 학생회장은 “평소 함께 일하고, 공 부하는 사람들과 같이 좋은 일을 할 수 있어 더 보람되었다.” 지난 해 말 진행한 이웃사랑 자선 바자/경매는 경영자의 사회적 기업가 MBA 학생 들이 운영하는 다양한 사회적 기업들의 참여로 KAIST 경영대학의 미션 “Beyond Knowledge” 실현에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자긍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경영대학 학생회에서는 2011년부터 연 1회 FUNdraising Party를 개최해, 태국 수재민, 한국 다문화 가정 어린이 등을 도와 왔고, 2013년에는 해비 타트 건축 봉사, KAIST RUN 마라톤 행사를 통해 조성한 기금으로 “출발 선이 달라 기회를 얻지 못한 많은 사람들”에게 돌려주는 데 앞장서고 있 다. 차승현 학생회장은 “우리가 다른 사람보다 특별히 뛰어나서 이 곳에 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좋은 여건이 뒷받침되었기 때 문에 얻을 수 있었던 기회만큼, 사회에 어떠한 형태로든 환원하고 기여 하는 자세와 본질적 책임의식이 모든 KAIST 경영대학인들에게 체질로 녹아지기를 기대한다”며 하얀 이를 드러내고 환하게 웃었다.